티스토리 뷰

어릴 적부터 소소하게 신기한 군것질이나 문구류를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는데, 그건 커서도 마찬가지더라. 주변에 초딩이 없어서 요새 애들이 뭘 좋아하고 뭘 먹고 크는 지 몰랐는데 어느 날 과자 코너에서 땡깡 쓰는 애기를 보다가 그 아이 손에 들린 신기한 과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뒤이어 찾아낸 것은, 그동안 무심코 흘려 보던 대형 마트 과자 코너의 아랫칸. 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꼬마 애들의 파라다이스가 있었다! '아니 애기들 불량식품이 대형마트에 있었구나~!' 새삼 놀라며 보게 됐는데 진짜 세상이 이렇게 많이 달라졌구나 싶었다.

 

무려 그림을 그려 먹을 수 있는 종이를 팔다니...!

 

요즘 애들이 신비아파트를 좋아한다던데. 나는 세일러문이랑 피카츄 세대로써.. 신비아파트는 모르겄네. 아무튼 구경하다가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사왔다. 먹을 수 있는 종이랑 펜이라는데 뭐지? 뭘까.

 

뒤에 뭐 영양 성분 있는데 그거 일일히 확인하고 먹을 거 아니었으니 대충 사진 찍고 모른 체 한다. 애기들도 먹는데 내가 먹는다고 해서 큰일 안나겠지 뭐.

 

드로잉 캔디의 실체다! 먹는 색종이가 분홍색 3장, 노랑색 2장 총 5장이 들어있고 아마도 시럽이 들어있는 듯한 캔디펜이 있다.

 

신난다.. 색칠 공부 몇 년 만에 하는 건지!!!

 

캔디펜은 예상했던 대로 딸기향 시럽이었다. 새콤 달콤한 맛이었고 조금 묽었다. 그림 그리는 용도 보다는 빈칸을 채운다는 느낌으로 종이에 얹어 보았다.

뭔가 made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래봤자 종이 위에 시럽 짜는 건데 이거 왜 재밌지.

 

음, 캔디 펜이 넘 잘 번지더라. 시럽이 묽어서 맘에 안 들었다. 공기 방울이 자꾸 생겨서 슬펐다. 옆에서 구경하던 남편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얻은 사진. 이 와중에 손톱 안 깎은 거 너무 거슬린다.

 

어찌저찌 완성된 그림. 눈알 칠하다가 번져서 망했다. 아니 저렇게 묽은 펜으로 섬세한 눈알 작업을 어떻게 하라고! 과자 만드는 회사는 꼬마애들을 위해서라도 시럽을 좀 더 꾸덕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맛을 본다. 먹는 종이의 식감은 뭐랄까.. 퍼석한.. 그냥 퍼석하고 살짝 달콤한.. 스펀지 종이 같은 느낌이랄까? 맛 때문에 먹는 건 아닌 게 확실하다.

게다가 분홍색은 그냥 은은한 단맛이 나는데 저 초록노랑 종이는 다시마 맛이 난다. 필시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야... (내가 대장금은 아님)

 
은은한 단맛의 푸석한 종이와 새콤하고 묽은 시럽의 조화가 요상하게 어울려서 그냥저냥 먹었다. 당연하게도 이 과자는 맛이 없으며, 다만 만드는 재미(?)가 초반에 좀 있었다.

10세 이하의 꼬마 친구가 있으면 같이 꽁냥꽁냥 만드는 재미는 있겠다 싶다. (나는 집에 37살 노잼 꼬마밖에 없어서)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