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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묘시장 볼거리

얼마 전에 지하철 타고 서울 동묘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끝물인지라 어딜 가도 사람이 많은 시기라 동묘 시장에도 활기가 돌더군요. 2022년 10월 1일의 동묘 시장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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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묘시장 가는 길

 

인터넷에 '동묘시장 주차장'이 연관검색어로 뜰만큼 다들 차를 가지고 가려는 듯한데요. 여기는 지하철이 갑입니다. 1호선, 6호선이 합쳐지는  '동묘앞'행 지하철을 타고 3번 출입구로 나가면 동묘시장이 코닿을 거리에 있습니다. 혹여나 길을 잃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배낭 둘러맨 어르신들의 뒷꽁무니만 쫒으세요.

 

 

동묘앞역 3번출구로 나가자마자 사람 냄새 물씬 풍기기 시작합니다. 메인 스트릿은 아니어도 벌써 동묘 시장 느낌 가득한 좌판이 여기저기 도보 위에 널려 있어요.

 

🚩 동묘시장 위치

 

 

 2.  동묘시장 구제 옷

 

동묘시장하면 아무래도 옷 아니겠습니까. 맨 바닥에 천 하나 깔아 놓고 그 위에 우루루 쏟아 놓은 옷더미를 헤집는 재미가 있는 곳도 있고요. 멀쩡히 옷걸이에 걸어 놓고 판매하는 새상품, 그러나 가격만큼은 중고인 옷들도 있습니다. 등산복부터 깨끗한 정장바지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아마도 창고 세일로도 처분하지 못했던 옷들이 여기서 1만원, 5천원에 판매되는 게 아닐까 싶던. 옷의 가치는 이토록 가변적입니다. 시기에 따라 이 옷들도 몇 만원, 혹은 수십만원을 받았겠죠?

 

 

좌판도 없고, 가게도 없이 바닥에 깔아 놓고 판매하는 이 곳은 벼룩시장 구역입니다. 빈티지 중고 제품들을 찾는 재미가 있어요. 배낭 맨 어르신들이 빈 가방에 담을 보물들을 찾고 있습니다. 동묘시장 필수 준비물은 운동화 + 배낭(물건 담을) + 현금입니다. 

 

 

오래된 가전과 신발을 비롯해 도대체 누가 살까 싶은 것들도 거리에 나와 있어요. 그동안 제가 별 생각 없이 버린 수많은 멀쩡한 물건들이 머리 위로 동동 떠오르면서 어쩌면 여기에서 또 다른 주인을 만나 더 오래 쓰임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묘시장엔 독특하고 힙한 구제 옷집도 많습니다. 대한민국 패션 전성기(?)였던 90년대~2000년대 스타일이 요즘 다시 주목 받으면서 빈티지, 레트로한 멋에 빠진 1020대가 좋아할만한 곳입니다. 

 

보풀이 폴폴 일어난 라코스테 가디건에, 요즘 유행하는 폴로 크롭탑 등 브랜드 제품도 제법 있더라고요. 색이 바래거나, 보풀이 일고, 여기저기 얼룩이 묻어 있는 등 세월의 흔적은 있었지만, 진짜 새것 같은 것들도 꽤 많았습니다.

 

 

 3. 중고/빈티지 물건

 

 

동묘시장에 진짜 볼거리는 아마도 듣도 보도 못한 빈티지 물건 아닐까 싶습니다. '대체 이게 언제적 거야?' 싶은 물건들부터 과거 언젠가 할머니 집에서 본 것만 같은 물건까지. 적어도 30~40년은 족히 됐을 법한 것들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게 시장에서 팔린다는 게 용하다 싶었습니다.

 

 

식당과 도보와 시장의 경계가 하염없이 무너진 곳이 바로 동묘시장입니다. 노후된 식당 앞 도보는 손님들을 위한 야외석이 되어 있고, 그 좁은 길 바로 앞에는 수십년은 족히 넘었을 오래된 재봉틀과 어디에 쓰이는 지도 모를 말굽 같은 물건, 도자기와 오래된 카메라가 맥락없이 펼져져 있습니다. 

 

동묘시장의 물건들은 정말 맥락이 없습니다. 하지만 컨셉은 단순명료하고 명확합니다. "오래된 것, 중고인 것"

 

 

정처 없이 걷다보면 좌우로 뻥은 골목으로 배수구에 물 빨려가듯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이 길도 어느 틈엔가 빨려 들어가다 보니 만났습니다. 벼룩시장이었습니다.

 

길 한쪽에는 우리나라 보물 '동묘'가 있습니다.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담벼락 안은 관왕묘가, 담벼락 밖은 장터가 펼쳐져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상한 광경입니다.

 

 

유난히 하늘이 푸르렀던 날입니다. 담벼락 밖으로 빼꼼히 삐져나온 기와, 그리고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오래된 무지개색 파라솔. 이 오래된 구역 너머로는 현대의 건물이 빽빽이 둘러 싸고 있습니다.

 

 

정말 웃기고 재미난 것들이 많았는데 사진을 많이 못 찍었습니다. 눈에 담느라 그랬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기억에 남는게 딱히 없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생각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된 가전이 참 많았다는 것, 그리고 용도 모를 소품들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것.

 

 

한 전자 제품 가게의 오래된 노트북입니다. 중고 노트북을 수리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인데요. 한대에 10만원도 안합니다. 제가 대학생 때 (그러니까 10년도 더 된;) 사용했을 법한 노트북도 있고요.

 

요즘에는 휴대폰 2~3년 쓰는 것도 힘들어 하는 세상인데, 누군가가 오래되어 못쓰겠다 버린 노트북이 이렇게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우린 물건의 가치를 너무 가벼이 생각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3. 자전거 부품

 

 

옛날 시대극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종로자전거' 간판을 보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건물 자체도 오래되었지만 간판마저 처음 그대로인 것 같은 종로 자전거.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운영했던 자전거 방이 기억나서 한참을 기웃 거렸습니다. 자전거도 못타면서. 

 

 

바로 옆에 알톤 자전거 가게가 있습니다. 오래되어 보이긴 매한가지입니다. 그래도 간판이 나름 신식(?) 이네요. 

 

 

 4. 중고서적 / DVD

 

동묘시장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입니다. 동묘앞역에서 동묘시장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서점 중에 한 곳입니다. 바로 영광서점인데요. 청계천 서점과 영광 서점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습니다.

 

🚩 영광서점 위치

 

 

영광서점 앞에 있던 매대입니다. "한 권에 천원"이라고 쓰인 종이 한 장에 혹해 색이 바래고 오래된 책들을 뒤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끝에 빼꼼히 마법천자문과 먼나라 이웃나라 책이 있네요. 마법천자문은 제가 중딩 때 나와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진 않았고요. 먼나라 이웃나라는 제 초딩시절 최애 만화책이었습니다 ㅠㅠ 이원복 교수님..!!

 

 

현금으로는 천 원, 가치로는 그 이상의 책을 찾기 위해 한참을 뚫어져라 보는데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발견. 초딩 시절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거든요. 처음으로 해외에서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요. 그녀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나뉘긴 하지만 어쨌뜬 유년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책을 발견하니 괜시리 울컥.

 

다시 읽어봐도 재밌다는 것이 함정! 

 

 

노랗게 변색된 책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입구로 들어가 봅니다.

 

 

서점 내부는 엄청 협소해요. 두 사람 이상은 지나다닐 수 없고, 한 명도 아슬아슬 지나다닐 수 있습니다. 좁고, 높아서 컨디션에 따라 폐소공포증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제목들을 하나 하나 읽다 보면 어느새 그런 건 까마득히 잊게 된다는 것. 

 

 

여기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발견했어요. 개미와 타나토노트 등.. 이번에는 제 고딩시절이 떠올랐네요. 베르베르의 책 '나무'가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책이 끝나는 게 아쉬워서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 읽을 정도였거든요. 

 

책은 모두 현금입니다. 계좌이체도 가능은 하지만 1천원은 안된다고 해요. 여기는 현금을 다발로 들고오는 게 가장 좋습니다.

 

 

들어는 보셨나요? 길거리 동동주. 무려 1천원에 동동주 한 잔을 마실 수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식혜도 있어요. 초점이 동동주에 맞춰져서 그렇지만 그 옆에 오래된 CD/비디오게임 DVD 도매가게가 있습니다. 정품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5. 동묘시장 풍경들

 

한 시간 정도 동묘 벼룩시장부터 동묘시장까지 걸어 다니면서 참 재미있게 구경했습니다. 알고 보니 여기 빈티지 그릇 상점도 있고, 완구 도매가게도 있다고 하는데 더 재미난 건 하나도 못봤네요.

 

그래도 뭔가 과거로 돌아온 기분, 물건의 가치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알록달록한 파라솔 아래, 사람과 몸집 큰 강아지
짙푸른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동묘시장 / 2022.10.01

 

다음 동묘 시장 방문에는 필수 준비물을 꼭 챙기려고요.

  • 편한 운동화
  • 현금 다발
  • 넉넉한 용량의 백팩

소장 가치 있는 중고서적과 귀여운 빈티지 컵들을 잔뜩 사올 예정입니다. 추워지기 전에 동묘시장 몇 번 더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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