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낙원상가 지하시장 맛집
금리 인상만큼이나 가파르게 오르는 게 바로 식당 물가입니다. 인건비부터 재료값까지 안 오르는 게 없어서 서울 주요 지역에 '싸고 맛있는 식당'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여기,종로 3가 낙원상가 지하시장에 "싸고 맛있는" 맛집이 있습니다.
낙원상가 지하시장에 숨은 진짜 노포 맛집, 선희네를 살짝 소개해봅니다.
📍 낙원상가 선희네 위치
선희네 집은 낙원상가 지하시장에 있는데요. 지하시장 자체가 워낙 미로처럼 골목골목으로 이어져 있어서 첫 방문이라면 단번에 찾기가 쉽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타 잡화와 청과물 시장 사이로 시끌시끌 사람들 소리가 나고 향긋한 음식 냄새를 따라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어느새 등장하는 곳이에요.
여담이지만, 본인이 유경험자로서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을 능숙하게 데리고 오면 뭔가 찐맛집 가이드가 된 기분이 듭니다... 왜냐하면 여길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감탄사를 내뱉게 되어 있거든요. (요즘엔 오히려 이런 곳이 흔치 않으니까요)
1. 선희네 분위기&메뉴
오래된 구도심 종로3가에서도 정말 오래된 옛날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 낙원상가 지하시장이 아닐까 싶어요. 빠르게 변화하는 땅 위와 달리, 여기는 여전히 80~90년대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제가 방문한 시각은 저녁 7시즈음이었는데요. 문 닫은 청과물 시장 사이에 형광등 불이 밝게 켜진 선희네의 북적이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선이네'와 '선희네' 무엇이 맞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같이 장사하시는 것인지, 경계가 모호합니다. 요즘 흔한 술집처럼 조명이나 멋들어진 인테리어 하나 갖추지 않은 곳이지만 얼큰하게 한 잔 기울이고 있는 중년 신사 분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는 이 집 꽤나 맛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메뉴판은 따로 없고요. 테이블 맞은편 주방 위에 붙은 현수막의 메뉴를 보고 주문하면 됩니다. 메뉴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국수부터 안주류까지 점심, 저녁을 다 팔고 있습니다.
선이네 현수막에 붙은 메뉴판과 구성과 가격이 동일한 선희네 메뉴판입니다. 가격을 올린 흔적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말도 안 되게 저렴합니다.
라면(4,000원), 잔치국수(4,000원), 비빔국수(5,000원), 떡만두국(5,000원), 칼국수(6,000원), 콩국수(7,000원) …
이 동네 물가를 잘 아는데 4~5천 원짜리 국수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정말 싸다 하는 곳도 6,000원에서 최근에 500원씩, 1,000원씩 올리는 추세거든요. 분위기부터 가격까지 2000년대로 시간 여행온 기분입니다.
2. 선희네 음식 후기
가격이 워낙 저렴하니, 여럿이서 갔을 때 가격부담 없이 이것저것 메뉴를 왕창 시키게 됩니다. 여기가 국수 맛집이라고 합니다. 저렴하기도 하고 점심으로 국수 드시러 오시는 손님도 많다고 해서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하나씩 시켜봤습니다.
일단 5천원짜리 비빔국수인데 대접 한가득 담아주시는 인심에 깜짝 놀라고, 참기름 향이 살짝 섞인 매콤 고소한 비빔양념 냄새에 침이 고입니다.
면은 가장 얇은 소면으로 만들어서 가닥가닥 매콤 달콤한 양념이 잔뜩 배어 있습니다. 뭐든지 심심한 맛을 못 견디는 입맛인데 비빔국수..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김가루와 상추 토핑과 함께 한 입 가득 국수를 입에 때려 넣으면 맛과 식감의 조합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모릅니다.
소면은 알맞게 삶겨서 쫀득 탱탱합니다. 무조건 점심에 재방문해서 먹어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네요.
맛있는 게 참 많은 세상에 태어나서, 잔치국수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나 추억이 없는 사람입니다. 잔치국수 뭐 별거 있겠어? 하고 먹었는데 뜨끈하고 진한 멸치 육수에 1차 감격하고 얇고 매끈한 소면 식감과 진한 멸치육수의 조합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2차 놀랍니다.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는 국수 양념장을 살짝 올려 먹으니 깊고 진한 감칠맛이 쫙-
양념 없이 먹어도 충분히 간이 세서 먹을만 했지만 양념장 올리니 화룡점정입니다. 칼국수는 자주 먹었어도 이런 잔치국수는 사실 파는 곳도 잘 없어서 많이 먹어보지 못했는데 이게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싶었어요.
참고로 안주가 나오기 전에 맛이나 보자는 심산으로 시킨 국수였는데 진짜 양 엄청 많고요. 진짜.... 맛있었어요.
국수와 함께 나온 김치입니다. 지하시장에 청과물도 팔고, 반찬 가게도 있고 김치 가게도 있는 듯한데 여기 김치가 정말 신선하고 맛있더라고요. 막 담근 생김치 느낌. 원래 국수는 시원하고 깔끔한 김치가 잘 어울리는데 정말 국수랑 잘 어울렸어요.
사진을 발로 찍어서 민망하지만 계란말이입니다. 요즘에 계란 값도 비싼데 두툼하게 나옵니다. 케첩은 직접 뿌렸습니다. 아예 케첩을 한통 다 갖다 주시면서 원하는 만큼 뿌려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함께 동행한 분이 계첩을 하트로 뿌렸는데 제가 그걸 눈치 못채고 '왜 케첩을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뿌리지?' 하면서 확 뿌렸더니 저렇게 막장 모양이 되었습니다.
계란말이는 우리가 아는 그 계란말이 맛입니다. 특별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소맥 마실 때 하나쯤 있으면 참 좋은 안주! 두툼하고 촉촉해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제가 정말 추천하고 싶은 것은 닭볶음탕입니다. 사이즈도 소/중/대 이런 거 없이 그냥 메뉴판에 "닭볶음탕(25,000원)"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얼마나 쿨합니까? 아무튼 저희는 사이즈도 알 수 없는 닭볶음탕을 시켰는데요. 이토록 어마어마한 양일 줄이야.
맥주컵이랑 냄비 깊이를 비교해봤어요. 이게 진짜 25,000원짜리 맞나요? 실제로 25,000원만 받으셔서 맞겠지만 아니 이게 가능하냐고요...
봉*찜닭 가서 중짜리 30,000원에 네 명이서 순삭 했는데 이건 25,000원짜리고 다른 사이드 메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7명이서 같이 먹었거든요. 근데 다 못 먹었습니다.
닭다리가 몇 갠지, 그런건 안 세어 봐서 모르겠습니다. 다만 정말 푹~~ 잘 익은 감자가 정말 많았고요. 다진 마늘이 왕창 들어가서 걸쭉하고 마늘맛 많이 나는 국물이 정말 맛있었다는 것만 기억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닭 육질. 진짜.. 보드랍고 잘 풀어집니다. 가슴살도 부드러워서 퍽퍽한 느낌이 하나 없고요. 양념 국물 묻혀서 으깬 감자랑 닭살이랑 수저 위에 얹어서 와구 와구 먹게 됩니다.
닭볶음탕에 찐한 감동에 젖어있을 때 나온 다음 메뉴는 두부김치입니다. 두부김치는 워낙 흔한 안주메뉴고 집에서도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거라 큰 기대 안 했거든요? 그런데 얘도 진짜.. 사기급 메뉴였습니다.
직접 만든 두툼한 손두부에 제육볶음과 볶음김치 그 사이 어디쯤 위치하는 볶음김치... 두부김치에 고기 들어가는 집은 처음 봤어요. 하얀 두부 위에 달짝지근하고 매콤한 볶음김치+돼지고기 올려서 먹으면 천국의 맛.
사진이 죄다 처음 찍은 것밖에 없는 이유는, 먹게 되면 맛있음에 깜짝 놀라서 오로지 먹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정말 이 가격에 이 음식이 가능한건가 계속 갸우뚱하면서 먹었네요.
처음에는 형광등이 눈 부시고, 자리가 좁고, 의자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 생각을 했었는데요. 금방 깨달았습니다. 식당은 싸고 맛있으면 무조건 된다는 것을요. 점심 먹으러 또 갈 거고, 저녁 먹으러 또 갈 겁니다.
장사 계속 잘되셔서 오래오래 팔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낙원상가 선희네 후기였습니다.
🔗 종로 맛집·핫플, 아직도 여기 안 가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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